작년 미국 증시에서 가장 미친 듯이 폭등했던 분야가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실해지면서, 시장이 돈을 쏟아부은 곳이 바로 SMR(소형 모듈 원자로) 관련주였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오클로(OKLO)는 사상 최고가 194달러에서 현재 60달러대 중반으로 떨어졌고, 뉴스케일파워(SMR)는 57달러에서 12달러까지 폭락했습니다. 시장은 "끝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월가의 큰손들은 조용히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빅테크 4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메타)이 모두 베팅한 이 분야, 작년 폭등은 무엇이었고 올해 폭락은 끝의 신호인지, 진짜 시작 전의 진통인지 — 사이클 전체를 짚어봅니다.
① SMR 산업이 왜 작년에 폭등하고 올해 박살 났는지 진짜 사이클
② 같은 분야 두 종목(오클로·뉴스케일)이 정반대 방향으로 베팅하는 이유
③ 한국 투자자가 지금 진입해야 할지 더 기다려야 할지 판단 기준
SMR은 소형 모듈 원자로입니다. 기존 원전이 하나의 거대한 발전소라면, SMR은 그것을 작게 쪼개 만든 미니 원전입니다. 마치 거대한 일체형 데스크톱이 작은 태블릿 PC 여러 대로 쪼개진 셈이죠.
SMR이 AI 시대에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기존 원전은 부지에서 통째로 짓는 데 10년 넘게 걸리지만 SMR은 미리 만든 부품을 현장에서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이라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둘째, 안전성이 높아 데이터센터 단지 바로 옆에 직접 깔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나도 전기를 끊고 사람 손이 닿지 않아도 자동으로 멈추도록 설계돼 있어, 성전 손실 없이 24시간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합니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단 1초도 꺼지면 안 됩니다. 학습 중인 모델이 한 번 멈추면 며칠치 계산이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기를 베이스로드(기저 전력)라고 합니다. 풍력은 바람이 안 불면 끝, 천연가스는 탄소 배출이 문제, 태양광은 밤에 못 씁니다. 24시간 안정적이고 탄소도 안 뿜으며 좁은 부지에 깔 수 있는 전력은 사실상 SMR 하나뿐이었습니다.
| 전력원 | 24시간 안정성 | 탄소 중립 | 데이터센터 인근 설치 |
|---|---|---|---|
| 천연가스 | 가능 | 불가(탄소 배출) | 가능 |
| 태양광·풍력 | 불안정 | 가능 | 제한적 |
| SMR | 가능 | 가능 | 가능 |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가 약 1년 반 사이에 줄줄이 원자력에 베팅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2024년 9월): 1979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폐쇄됐던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을 다시 가동시키기로 계약했습니다. AI 학습용 전기 확보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신호였습니다.
아마존: SMR 기업 X에너지에 5억 달러를 첫 투자하고, 도미니언 에너지와 함께 버지니아주 SMR 발전소 건설에 합의했습니다.
구글: 카이로스파워와 총 500MW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메타(2026년 1월): SMR 기업 오클로와 1.2GW 규모 원자력 발전 단지 공동 개발에 합의했습니다. 오하이오주 파이크 카운티, 첫 가동 2030년 예정입니다.
빅테크 4곳이 한 곳도 빠짐없이 원자력에 베팅했다는 사실 자체가, AI 전력 문제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방증합니다. 그리고 그 베팅의 상당수가 SMR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오클로는 2024년 5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뒤 사상 최고 194달러를 찍었습니다. 상장 첫날 시작가 10달러 대비 약 19배 폭등입니다. 뉴스케일파워도 같은 시기 57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작년 미국 증시에서 가장 핫한 폭등주 목록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서너 가지 질문을 밀어두고 베팅했다가 뒤늦게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약속만 거창하고 가동이 너무 멀다. 메타·오클로 합의의 첫 가동도 2030년입니다. 4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동안 매출은 거의 없고 비용만 쌓이는 구조입니다.
둘째, NRC 인증 리스크. SMR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인증을 받아야 가동할 수 있고, 이 인증에 보통 5~7년이 걸립니다. 약속한 2030년 가동이 밀리면 회사 자금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진 것입니다.
셋째, 경쟁자가 치고 들어왔다. SMR이 깔리기 전에 천연가스 발전사들이 데이터센터 시장을 먼저 잡아버렸습니다. 비스트라(VST)는 올해 1월 메타와 20년짜리 원자력 전력 공급 계약 2.6GW를 따냈고, 컨스텔레이션 에너지도 마이크로소프트·메타와 이미 장기 계약을 맺었습니다. SMR은 빨라야 2030년인데, 이들은 지금 당장 전기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4월부터 5월까지 시장의 의심을 풀기 시작한 결정적인 사건들이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4월 16일: 미국 에너지 장관 크리스 라이트가 의회에서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앞으로 새로 짓는 원전 첫 5~10개에 미국 정부가 직접 해결사 역할을 거의 확실히 해 줄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시장은 이를 뉴스케일파워에도 그대로 적용해 정책 수혜 핵심 후보로 읽었습니다.
4월 23일: 오클로가 엔비디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와 3자 파트너십을 발표했습니다. AI 모델로 원자력 연료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협업으로, 발표 당일 오클로 주가가 약 16% 급등했습니다. 로스앨러모스는 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을 처음 만든 미국 최고급 핵기술 연구소입니다.
4월 24일: 아마존이 지원한 X에너지(티커 XE)가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공모가 23달러, 시가총액 약 91억 달러로 출발해 첫날 27% 급등하며 115억 달러까지 뛰었습니다. 미국 원자력 분야 사상 최대 IPO입니다.
5월 6일: NRC가 오클로의 오로라 발전소 설계 기준을 가속 일정으로 승인했습니다. 시장이 가장 의심했던 규제 리스크 부분에 진짜 진척이 나온 것입니다.
5월 중: JP모건이 오클로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처음으로 발간했습니다(목표가 83달러). 월가 메이저 은행이 SMR 회사를 정식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공식 인증 같은 신호입니다.
정부(에너지 장관 발언) + AI 기업(엔비디아 파트너십) + 규제 기관(NRC 가속 승인) + 월가(JP모건 커버리지 개시) — 네 축이 동시에 움직였습니다. 작년이 약속의 시간, 올해 초가 의심의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진짜 검증이 시작된 것입니다.
같은 SMR이라는 단어 안에서 두 종목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오클로(OKLO): 2013년 설립된 캘리포니아 회사.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이 미국 증시에 상장시킨 장본인이며 지금도 큰손 주주 중 한 명입니다. 한 줄로 잡으면 실리콘밸리가 만든 원자력 회사로, 완전히 민간 머니 계열입니다. 핵심 카드는 ① 메타 1.2GW 합의(오하이오 파이크 카운티, 2030년 가동 예정) ② 엔비디아·로스앨러모스 3자 파트너십 ③ NRC 가속 승인. 단, 정식 운영 인증은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숏 비중이 16~19% 수준으로 미국 유틸리티 종목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강한 호재가 나올 경우 숏 스퀴즈로 인한 주가 폭등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뉴스케일파워(SMR): 2007년 설립된 오리건주 회사. 미국에서 NRC 인증을 받은 유일한 SMR 회사입니다. 인증 자체가 가장 큰 진입 장벽인 분야에서 이 회사만 그 장벽을 넘었습니다. 완전히 미국 정부 머니 계열로, TVA(미국 연방정부 산하 공기업)와 6GW 규모 SMR 합의가 살아 있습니다. 또한 루마니아 우파워 프로젝트(2033년 이후 가동)가 올해 2월 최종 투자 결정이 완료됐습니다. 단, 2023년 11월 유타주 프로젝트 취소(발표 다음 날 주가 32% 급락)라는 트라우마가 있어 재발 리스크를 시장이 예민하게 봅니다.
| 구분 | 오클로(OKLO) | 뉴스케일파워(SMR) |
|---|---|---|
| 배경 | 실리콘밸리·민간 머니 | 오리건·정부 머니 |
| NRC 인증 | 가속 승인(정식 인증 미완) | 유일한 정식 인증 보유 |
| 핵심 계약 | 메타 1.2GW (2030년) | TVA 6GW + 루마니아 |
| 숏 비중 | 16~19% (매우 높음) | 낮음 |
| JP모건 커버리지 | 목표가 83달러 | 미개시 |
| 월가 컨센서스 상승 여력 | 14.5% (JP모건 기준) | 35~60% |
오클로에 대해 JP모건은 5월 11일 처음으로 분석 보고서를 내며 목표가 83달러(상승 여력 약 14.5%)를 제시했습니다. 같은 시기 다른 증권사들은 목표가 120~130달러를 매겼습니다. JP모건이 월가 안에서 가장 보수적인 시각인 것입니다.
반대로 뉴스케일파워는 JP모건이 아직 커버리지를 개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월가 컨센서스 목표가는 현재 주가 12달러 대비 16~20달러 수준으로 상승 여력이 35~60%입니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5월 분석 보고서에서 목표가를 12달러(현재 주가와 동일)로 제시하며 "더 명확한 상업 계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이드라인에 있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오클로: 월가가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지만 신중한 첫 평가. 뉴스케일: 상승 여력은 크지만 메이저 은행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들어오지 않은 미완성 구도. 월가 시각이 단순한 호재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두 회사는 아직 본격적인 매출이 잡히기 전 단계입니다. 오클로는 1분기 매출 자체가 없고, 뉴스케일도 분기 매출이 소규모입니다. 첫 SMR이 돌아가는 2030년 이후에야 매출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런 주가는 회계 숫자가 아닌 다음 호재 트리거가 언제 어디서 터지느냐에 의해 움직입니다.
① 현금 보유량 확인: 뉴스케일 루마니아 우파워는 2033년 이후 가동입니다. 그때까지 둘 다 매출은 거의 없고 비용만 쌓입니다. 자금이 버틸 수 있느냐가 최우선 변수입니다.
② NRC 인증 진행 상황: 오클로는 5월 6일 가속 승인을 받았지만 정식 운영 인증은 아직입니다. 뉴스케일은 이미 받았습니다. 이 차이가 그대로 시간차로 직결됩니다. 오클로의 정식 인증 추가 진척 발표가 핵심 호재 신호입니다.
③ 뉴스케일 PPA 체결 시점: 뉴스케일 CEO가 올해 말까지 PPA(장기 전력 구매 계약) 마무리를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매출이 진짜 잡히는 첫 신호이기 때문에 체결 여부가 핵심입니다.
④ 오클로 숏 스퀴즈 리스크·기회: 오클로 숏 비중이 16~19%입니다. 강한 호재가 한 번 더 터지면 숏 스퀴즈로 폭등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악재가 나오면 더 빠르게 폭락합니다. 단기 변동성을 만드는 핵심 변수입니다.
⑤ SMR 단가 공개 시점: SMR이 비스트라 같은 천연가스 발전사보다 경제성이 있어야 진짜 깔립니다. 이 숫자가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 시장이 SMR 산업 전체를 재평가하는 결정적 변곡점입니다.
SMR 시장은 단순한 원자력 분야가 아닙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부족이라는 거시 흐름의 한가운데 있는 산업입니다. 작년은 약속의 시간, 올해 초까지가 의심의 시간이었다면, 4~5월 사이에 줄줄이 터진 호재들은 그 검증의 첫 통과 신호로 시장이 읽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아직 본격 매출 이전 단계입니다. 주가는 다음 트리거 — 새 빅테크 계약, NRC 인증 진전, PPA 체결 — 가 어디서 나오느냐에 의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할 것입니다. 가동 시점이 멀고 그 사이 자금이 부족해지면 추가 주식 발행으로 보유 지분이 희석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상 최고가만 보며 "끝났다"고 할 때, 시장이 지금 검증하는 진짜 질문의 답을 먼저 본 사람이 다음 사이클을 잡습니다. 오클로와 뉴스케일파워, 두 회사의 방향과 촉매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