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원을 가진 세계 최고의 부자인데, 1958년에 산 낡은 집에서 60년 넘게 살고 중고차를 몰며 아침은 늘 4,000원짜리 맥도날드로 해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워렌 버핏 이야기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명품 매장이든 통째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왜 그렇게 살까요?
반대로 우리 주변을 보면 형편이 빠듯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명품에 더 매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세 30만 원짜리 원룸에 살면서 천만 원이 넘는 명품 가방을 사서 SNS에 자랑하고, 카드 할부를 몇 달씩 끊어서라도 그 가방을 손에 넣습니다. 도대체 왜 돈 많은 부자는 안 쓰고, 돈 없는 사람이 더 쓰는 걸까요?
이 질문의 답을 제대로 따라가면, 단순히 부자들의 소비 습관만 알게 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왜 아무리 벌어도 늘 돈이 부족한지, 그 진짜 이유까지 선명하게 보이게 됩니다.
워렌 버핏은 인색해서 그렇게 사는 게 아닙니다. 그는 부러움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꿰뚫어 봤기 때문에 그 게임에 끼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 그 규칙을 하나씩 해부합니다.
우리가 뭔가를 사고 싶어질 때, 그게 정말 내가 원해서일까요? 며칠 전까지 전혀 관심 없던 물건인데, 친구가 사니까, 옆 사람이 들고 다니니까, SNS에서 자꾸 보이니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갖고 싶어진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게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원하는 그 마음, 즉 욕심이라는 것이 사실은 내 안에서 저절로 생겨난 게 아닙니다. 대부분은 남이 가졌기 때문에 생긴 마음입니다. 우리는 내가 진짜 필요한 걸 원하는 게 아니라, 남이 가진 걸 보고 따라서 원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아이들을 보면 이게 더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장난감이 가득한 방에서도 아이들은 꼭 다른 아이가 가지고 노는 그 장난감 하나를 갖겠다고 울고 불고 합니다. 분명 똑같은 장난감이 자기 앞에도 있는데 말이죠. 어른이 된 우리도 사실 똑같습니다. 그저 장난감이 명품 가방이나 외제차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자기가 진짜로 원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남이 원하는 걸 보고 그걸 따라서 원한다." 우리의 부러움조차도 사실은 내 것이 아니라 남에게서 빌려온 것입니다. 내 욕심이 진짜 내 것이라면 하나를 채우면 만족이 되어야 하는데, 남에게서 빌려온 것이라면 남이 새로운 걸 가질 때마다 내 욕심도 끝없이 새로 생겨납니다.
명절에 친척이 모이면 사촌이 좋은 회사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분명 나는 어제까지 내 삶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비교 대상이 생기는 순간 없던 결핍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내 삶이 바뀐 게 아닌데, 남의 소식 하나로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명품이 비싼 이유가 좋은 재료에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충격적인 뉴스가 있었습니다. 수백만 원에 팔리는 어느 명품 가방의 실제 원가가 10만 원도 채 안 된다는 보도였습니다. 그 어마어마한 차액은 도대체 뭘까요?
명품 회사는 사실 가방을 파는 게 아닙니다. 그 가방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그 부러움의 시선을 파는 겁니다. 가죽 조각에 부러움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얹히는 순간 가격은 100배로 뛰어오릅니다. 우리는 가방값으로 몇만 원을 내고, 나머지 수백만 원은 남들의 부러운 눈빛을 사는 데 쓰는 셈입니다.
| 명품 전략 | 내용 | 효과 |
|---|---|---|
| 희소성 유지 | 잘 팔려도 일부러 조금만 생산, 매년 가격 인상 | 비쌀수록 더 갖고 싶어지는 역설 |
| 한정판 마케팅 | "이번 시즌 지나면 못 산다" 조바심 유발 | 손실 회피 심리 자극 |
| 구매 조건화 | 다른 상품 먼저 사야 인기 모델 구매 가능 | 지갑 더 크게 열게 함 |
이를 경제학에서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합니다. 100년도 전에 경제학자 베블런이 "어떤 물건은 비싸질수록 더 잘 팔린다"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비싸야만 과시가 되니까,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것입니다.
짝퉁 이야기가 이를 가장 잘 설명합니다. 짝퉁은 진짜랑 거의 똑같이 생겼고 기능도 같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굳이 수십 배 비싼 진짜를 사려고 합니다. 가방의 기능이 중요했다면 짝퉁으로 충분해야 하는데, 우리가 명품에서 진짜로 원하는 건 '진짜를 가졌다는 사실을 남이 알아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약 325달러(한화 약 40만 원)로 세계 1위였습니다. 미국이 280달러, 중국이 55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입니다. 인구 5천만의 나라가 한 해에 명품에만 20조 원이 넘는 돈을 씁니다.
왜 유독 한국일까요?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다 보니 비교가 일상이 됐고, 어디 사는지, 무슨 차를 타는지, 어떤 가방을 드는지로 사람을 판단하는 문화가 강합니다. 남들 시선을 신경 쓰는 게 몸에 배어 있는 사회에서 부러움을 파는 명품이 잘 팔릴 수밖에 없습니다.
무서운 건, 이게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번진다는 점입니다. 첫 월급으로 명품부터 사거나, 몇 달 치 할부를 끊거나, 심지어 무리해서라도 '남들 다 가진 그 가방'을 손에 넣으려 합니다. 정작 그 돈이 가장 절실한 사람들이, 그 돈을 부러움을 사는 데 써버리는 것입니다.
그 가방을 든다고 내 삶이 실제로 나아지는 건 없습니다. 통장은 줄었고 할부는 남았으며, 달라진 건 잠깐의 남들 시선뿐입니다. 그 시선조차 다음 달에 더 좋은 가방을 든 누군가가 나타나면 금세 사라져 버립니다.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더 분명합니다. 무언가를 갖고 싶어 기대할 때 뇌에서 도파민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도파민이 가장 많이 나오는 순간은 그걸 손에 넣었을 때가 아니라, 갖기 직전에 기대할 때입니다. 막상 사고 나면 생각보다 시들해집니다. 그러니 또 새로운 걸 갖고 싶어지고, 또 사고, 또 시들해지는 무한 반복에 빠집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합니다. 만족한 소비자는 더 이상 돈을 안 쓰니까, 이 시스템 입장에서 우리의 만족은 가장 큰 적입니다. 새로운 유행, 새로운 한정판, 새로운 신상품을 끝없이 만들어 내면서 '넌 아직 부족해, 이것도 가져야 해'라고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작년에 산 멀쩡한 휴대폰이 올해 신제품이 나오는 순간 구식처럼 느껴지고, 잘 쓰던 옷이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입기 싫어집니다. 그 물건들은 어제와 똑같이 잘 작동하는데, 새로운 게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초라해 보이는 것입니다.
런닝머신 위에서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제자리입니다. 부러움을 쫓는 소비도 똑같습니다. 사고 또 사고 열심히 돈을 쓰는데, 만족은 늘 저만치 앞에 있고 나는 영원히 제자리입니다. 다만 통장 잔고만 점점 줄어들 뿐입니다.
특히 요즘은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잘 사는 사람들이 24시간 내 눈앞에 흘러넘칩니다. 예전에는 기껏해야 옆집, 친척, 직장 동료 정도가 비교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비교당하는 통로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SNS에 올라오는 화려한 모습들 중 많은 것이 진짜도 아닙니다. 빚 내서 산 명품일 수도 있고, 딱 한 번 호텔에서 찍은 사진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잘 포장된 환상에 속고, 그 환상을 따라 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부러움의 원리는 명품에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주식 투자를 미인 대회에 비유했습니다. 신문사에서 미인 대회 사진을 내걸고 독자들에게 가장 예쁜 사람을 맞히는 이벤트를 한다고 가정합시다. 상금을 타려면 내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고르면 될까요? 아닙니다. 남들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할 것 같은 사람을 골라야 상금을 탑니다.
케인스는 주식 시장이 딱 이렇다고 봤습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생각할 것 같은 주식을 사야 돈을 번다는 것입니다. 가격을 만드는 건 그 물건의 진짜 가치가 아니라, 사람들이 거기에 보내는 관심과 부러움이라는 겁니다.
수백 년 전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한 송이가 집 한 채값까지 치솟은 적이 있었습니다. 튤립이 그렇게 대단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고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기대에 너도나도 몰려든 겁니다. 거품이 터지면서 마지막에 비싸게 산 사람들만 알거지가 됐습니다. 지금도 부동산과 코인 시장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명품이든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그 가격이 진짜 가치로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부러움이 만든 거품인지를 구분하는 눈이 생깁니다. 남들이 광풍에 휩쓸려 비싸게 살 때 한 발 물러서서 냉정하게 볼 수 있게 됩니다.
이제 맨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왜 진짜 부자들은 명품을 안 살까요?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은 이미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남의 시선으로 자기를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도 "자존감이 단단한 사람일수록 남의 시선에 덜 휘둘리고, 자존감이 불안한 사람일수록 겉을 화려하게 꾸며서 그걸 메우려 한다"고 말합니다.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는 건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라 불안함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이자 더 중요한 이유. 그들은 부러움 게임의 규칙을 완전히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명품에 돈을 쓰는 게 사실은 남이 만들어 놓은 거품에 내 돈을 갖다 버리는 것이라는 걸, 그 돈이 누구 주머니를 불려주는지 정확히 보이는 겁니다.
| 구분 | 보통 사람 | 진짜 부자 |
|---|---|---|
| 돈 생기면 | 뭘 살까부터 생각 | 어디에 넣어야 더 불어날까 생각 |
| 명품 앞에서 | 부러움을 사기 위해 지갑 열기 | 부러움을 파는 회사 주식 매수 |
| 시간이 쌓이면 | 점점 통장 잔고 줄어듦 | 점점 자산 불어남 |
실제로 세계 최고 부자 명단에는 명품 회사를 소유한 사람이 늘 맨 위에 올라 있습니다. 사람들의 부러움을 파는 사업이 그만큼 돈이 됩니다. 똑같은 명품을 두고 한쪽은 돈을 쓰고, 한쪽은 돈을 법니다. 이 작은 방향의 차이가 10년, 20년 쌓이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로 벌어집니다.
버핏이 말했습니다. "나는 1년에 차를 얼마 타지도 않는데 비싼 차가 무슨 소용이냐." 그는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신 그 돈을 좋은 회사에 투자해서 돈이 돈을 벌어오게 만드는 데 평생을 썼습니다.
우리가 평생 버는 돈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내 행복이 아니라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쓰이고 있습니다. 월급은 올랐는데 통장이 늘 비어있는 이유는 게을러서도, 능력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새로운 부러움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입니다.
진짜 부자와 보통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딱 하나입니다. 부러움을 사는 쪽에 있느냐, 파는 쪽에 있느냐. 무작정 명품을 끊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음에 지갑을 열기 전에 이 질문 하나만 해보면 됩니다. "이 소비는 내가 진짜 필요해서인가, 아니면 남에게 어떻게 보이려고 하는 것인가?"
그 질문 하나가 쌓이면, 10년 후 당신의 통장 잔고가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