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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막스의 역발상
AI 빅테크 없이도 나스닥 수준 수익 낸 투자 전설

📅 2026.05.29 ⏱️ 12분 읽기 ✍️ emfls
21.56%
10년 연평균 수익률 (추정)
$5억
QQQ·XOP 풋옵션 명목가치
51개
1분기 말 13F 보유 종목 수

하워드 막스는 누구인가 — 부실채권의 대가, 메모의 전설

하워드 막스는 1995년 오크트리 캐피털을 공동 창업해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의 본업은 부실채권(Distressed Debt), 즉 망가진 기업의 채권이나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정리하는 분야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1990년대부터 30년 넘게 써온 투자 메모로 더 유명합니다. 워런 버핏조차 "막스의 메모가 도착하면 가장 먼저 읽는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막스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시장 사이클입니다. 개별 종목을 골라 수익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시장이 어느 사이클 국면에 있는지를 읽고 그에 맞게 자본을 재배치하는 사람입니다. 13F(분기 보고서)에 잡히는 미국 상장주식은 그의 본업이 아닙니다. 비공개 영역인 부실채권 포트폴리오가 훨씬 크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 13F 기반 추정 수익률

13F 공시 기준으로 추정한 오크트리의 최근 1년 수익률은 약 62%, 3년 82%, 10년 누계 수익률이 잡힙니다. 10년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21.56%. 같은 기간 S&P500 ETF가 15%대, 나스닥100 ETF가 22%였습니다. 빅테크가 시장을 주도한 10년 동안, 빅테크 없이도 나스닥과 사실상 동일한 성과를 낸 셈입니다.

빅테크 없는 포트폴리오 — 해운·에너지·금광으로 채운 이유

2026년 1분기 말 기준 오크트리의 13F 포트폴리오는 총 51개 종목으로 구성됩니다. 이 중 1분기에 신규 매수한 종목이 12개, 청산한 종목이 13개로, 한 분기 만에 포트폴리오의 절반 가까이를 교체한 셈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막스가 사이클에 따라 얼마나 적극적으로 자본을 재배치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51개 종목 상위권을 보면 한 가지가 눈에 띕니다. 엔비디아,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가 없습니다. 대신 1위는 해운 회사 토룸(Torm)으로 비중이 약 16%. 2위는 천연가스 회사 익스드 에너지(Exco Energy), 4위는 남아프리카 금광 회사 앵글로 골드 아샨티, 그 아래로 자동차 부품 회사 게런 모션이 있습니다.

순위종목업종특징
1위토룸(Torm)해운비중 약 16%, 4분기 감소 후 1분기 재확대
2위익스드 에너지천연가스남미·신흥국 에너지 테마 일환
4위앵글로 골드 아샨티금광남아프리카 금광, 딥밸류 관점 접근
-YPF 추가 매수아르헨티나 에너지역발상·망가진 자산 선호 스타일

한마디로 시클리컬(경기민감) + 딥밸류의 조합입니다. 인기 없는 자산, 덜 주목받는 자산, 이미 망가졌다고 여겨지는 자산 — 막스는 부실채권 전문가로서의 역발상 마인드를 주식 포트폴리오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1월 메모: 닷컴버블 25주년 당일에 울린 경보음

막스가 시장에 주목할 메시지를 던진 것은 세 차례 메모와 한 차례 인터뷰로 정리됩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2025년 1월 7일 발행된 메모입니다.

25년 전인 2000년 1월 7일, 막스는 역대 가장 유명한 메모 '버블닷컴(Bubble.com)'을 발행했습니다. 사실상 그의 명성을 만들어준 문서입니다. 그리고 정확히 25주년이 되는 날, 동일한 주제 — 버블 — 에 관한 메모를 다시 냈습니다. 날짜 선택 자체가 메시지였습니다.

⚠️ 막스가 제시한 4가지 우려 신호

① 2022년 말 이후 이어진 시장의 과도한 낙관

② AI 과열이 다른 기술 섹터 전반으로 번지는 현상

③ 매그니피센트 7 빅테크에 대한 시장의 지나친 의존

④ 인덱스 펀드(패시브 투자)가 가격·품질과 무관하게 가장 비싼 종목에 자동으로 가장 많은 돈을 실어 주는 구조적 문제

다만 막스는 이 메모에서 "지금이 버블이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거품은 정량적 계산으로 산출되는 게 아니라 시장 심리 상태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닷컴버블 경고 메모와 같은 날짜에 같은 주제로 글을 썼다는 사실 자체가 AI 시장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이었습니다.

12월·2월 메모 — AI 기술이 진짜라도 가격은 별개다

2025년 12월, 막스는 '이것은 거품인가(Is It a Bubble?)'라는 제목의 메모를 냈습니다. 정면으로 AI 버블 여부를 다룬 내용입니다. 여기서 그의 입장은 한결 더 세밀해집니다.

막스는 AI가 버블인지 아닌지 단정하지 않는 대신,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아무도 버블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니 파산 위험을 열어두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동시에, 같은 이유로 완전히 빠져나가 위대한 기술 도약을 놓치는 위험도 안 된다." 전부 걸지도, 전부 빠지지도 말고 적당히 걸쳐라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그가 분명히 강조한 명제가 있습니다. "AI 기술이 진짜인 것과, AI 종목 가격이 적정한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기술의 실재성과 가격의 적정성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AI 익스포저를 갖되, 과대평가된 가격에 매수하는 위험은 계속 주의해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2026년 2월, 막스는 'AI가 맹렬하게 질주하고 있다'는 후속 메모를 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논점이 추가됩니다. 첫째는 속도. 1945년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와 비교해 AI의 확산 속도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며, 그만큼 전례없는 함의를 가진다고 했습니다.

💡 순환매출(Circular Revenue) 문제

2월 메모에서 막스가 새로 강조한 개념입니다. 지금 AI 매출의 상당 부분이 AI 회사끼리 서로 물건을 사주고 투자해주며 만들어진 '내부 순환 매출'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는 "결국 진짜 최종 사용자가 실제로 돈을 내야 AI 산업의 성장이 지탱될 수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지는 아무도 모르는 미해결 질문"이라고 짚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막스가 이 메모를 쓰면서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에게 AI 튜토리얼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내용을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클로드도 AI 기술이 진짜라는 얘기는 했지만, AI 관련 자산의 가격이 적정한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12월부터 일관되게 밀어온 핵심 — 기술과 가격은 별개 — 을 AI 자신을 이용해 다시 한번 강조한 것입니다.

AI가 투자에서 약한 지점 — 잃을 게 없는 기계의 한계

2월 메모에서 막스는 한 발 더 들어가 투자 영역에서 AI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합니다. AI는 과거 데이터에서 패턴을 뽑아내는 데는 탁월하지만, 세 가지 영역에서 취약하다고 봤습니다.

AI가 강한 영역AI가 약한 영역
과거 데이터 패턴 인식학습할 과거가 없는 전례 없는 상황 판단
정량적 데이터 처리취향·분별이 필요한 정성적 결정
빠른 정보 요약·정리리스크를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공포 반응

막스가 특히 강조한 것은 마지막 항목입니다. "AI에게는 잃을 게 없다." 사람은 자본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공포가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AI는 그 공포가 없으니 위험을 사람만큼 본능적으로 경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막스다운 역설입니다. AI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거꾸로 사람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 리스크에 대한 본능적 경계심, 사이클을 읽는 감각 — 를 역설적으로 강조한 셈입니다.

4월 CNBC 인터뷰 — 바이더딥은 세일이 아니다

2026년 4월, 막스는 CNBC에 출연해 가장 직접적인 말을 꺼냈습니다. 이 시점은 1월 메모부터 시작된 그의 사고가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하는 지점입니다.

그는 지금 시장이 '바이더딥(Buy the Dip)', 즉 하락할 때마다 매수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보기에 지금은 결코 싸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 바이더딥은 싼 걸 사는 게 아니라, 비싼 걸 사고 또 비싼 걸 사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 진짜 바겐세일은 언제 나오는가

막스에 따르면 진짜 저가매수 기회는 사람들이 극도의 비관과 패닉에 빠져 부적절한 가격에도 팔려고 할 때 나옵니다. 지금처럼 조금 빠지면 곧 사겠다는 낙관적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은, 이미 시장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증거입니다. 5~10% 하락 때마다 매수하는 습관은 길게 보면 계속 비싸게 주고 사는 셈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1월부터 4월까지 이어진 막스의 사고 흐름입니다. 1월에는 "감시에 들어간다(신호 네 가지)", 12월에는 "단정하지 말되 기술과 가격을 분리해라", 2월에는 "속도·순환매출·AI 한계"를 추가로 올리고, 4월에 "지금은 세일이 아니다"는 뾰족한 결론으로 수렴했습니다.

QQQ·XOP 풋옵션 5억 달러 — 경계심의 실물 증거

메모와 인터뷰로만 경계심을 드러낸 게 아닙니다. 1분기 말 13F에는 실제 포지션 변화가 잡혔습니다. 오크트리가 QQQ(나스닥100 ETF) 풋옵션XOP(미국 에너지 ETF) 풋옵션을 신규 매수한 것이 확인됩니다.

풋옵션은 해당 자산이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두 포지션을 합한 명목 가치는 약 5억 달러. 13F에 잡힌 주식 포지션 총액이 약 42억 달러이니, 보유 주식의 10% 넘는 규모를 시장 하락 방향으로 깔아둔 셈입니다.

💡 풋옵션의 해석 — 쇼트인가, 헤지인가

풋옵션이 반드시 하락 배팅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보유 주식 포지션을 보호하기 위한 헤지(위험 회피) 목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이번 분기에 신규 매수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오크트리가 AI에 숏을 쳤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메모와 인터뷰에서 드러난 경계심이 실제 포트폴리오 수준의 헤지로 이어졌다는 점 자체가 주목할 대목입니다.

결론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막스는 시장 전체를 비싸다고 보고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비싸다 싶은 AI 빅테크에서 비켜서 있으며, 가격이 이미 낮은 시클리컬·신흥국 자원에 자본을 두면서, 거기에 시장 하락 방향의 풋옵션 헤지까지 새로 추가했습니다.

막스가 제시한 3가지 모니터링 지표

막스는 자신의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를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도 제시했습니다. 시장이 언제 꺾이느냐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 수준이 커지는지 작아지는지를 추적하는 세 가지 지표입니다.

지표우려 완화 신호우려 강화 신호
① 순환매출ChatGPT 구독, 기업 AI 도구 등 외부 최종 사용자 매출 증가AI 기업끼리의 내부 거래 매출 비중 유지
② AI 멀티플매출·이익 성장으로 PER·EV/Revenue 자연 하락가격 상승 속에 멀티플 유지 또는 확대
③ 시장 심리극단적 비관·패닉 출현 → "지금이 세일"풋콜비율 낮음, VIX 안정, 자금 계속 유입

막스가 강조하는 것은 이 지표들이 언제 시장이 꺾이는지를 알려 주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의 메시지는 시점 예측이 아니라, 현재 어떤 국면인지를 판단하고 그에 맞는 자세와 헤지를 유지하라는 권고에 가깝습니다. 30년 동안 그가 일관되게 유지해온 관점입니다.

원자재와 신흥국 — 거장들의 공통된 방향

막스만이 이런 방향성을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스탠리 드러켄밀러, 데이비드 테퍼 등 많은 거장들이 2026년 시점부터는 "AI가 다소 불안한 상황"이라는 인식에 수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대안 투자 방향이 바로 신흥국과 원자재입니다.

막스의 포트폴리오에서 아르헨티나 에너지(YPF), 해운(토룸), 금광(앵글로골드 아샨티)이 상위를 차지하는 것은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화려한 AI 성장주 대신 인기 없는 자산, 가격이 이미 낮은 자산에서 수익을 찾는 역발상 투자입니다.

✅ AI + 원자재 바벨 전략

AI의 성장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도 위험하고, AI에만 전부를 거는 것도 위험합니다. 막스의 포트폴리오는 시클리컬·자원에 기울어져 있지만, AI 시대에 최종 사용자 수요가 검증된다면 포트폴리오 방향을 다시 전환할 여지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AI와 원자재를 동시에 보유하는 바벨 전략이 이 불확실한 국면에서 유효한 대응으로 거론되는 이유입니다.